리더의 설득!
언어의 힘과 프레임(frame)
개인적으로 한국영화를 참 좋아한다. 한국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특유의 정서와 표현들이 울림과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금까지 가장 많이 본 한국영화는 이순신 장군의 영화 ‘명량’이다. 최소한 열 번은 본 것 같다. 중요한 장면의 대사들은 자연스럽게 외우게 될 정도인데 특별히 가슴을 울리는 명대사들이 있다.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바다를 버리는 것은 조선을 버리는 것이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만 있다면 백배 천배, 큰 용기로 배가 되어 나타날 것이다’
언어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이미 알고 있지만 영화 속 명대사들을 다시 듣게 되면 마치 명량해전에 참전하는 군인의 심정으로 굳은 결의가 올라온다. 가슴을 울리는 짧은 몇 마디의 문구들이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다.
사실 설득의 학술적 연구는 전쟁에 참전하는 군인들의 사기진작과 동기부여를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군사들의 사기가 충천해야 치열한 전투에서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이란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만이 아닌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너무 익숙하니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생각이 언어에 영향을 미치듯 어떤 말과 용어를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언어는 일종의 프레임(frame)을 형성한다. 프레임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혹은 정신적 구조물로서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그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을 통해 언어와 프레임이 큰 연관성이 있음을 주장하였다. 그는 말과 프레임의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감세 정책에 대해 ‘세금 인하’대신에 ‘세금 구제’라는 표현한 것을 매우 좋은 사례라고 언급하였다.
즉 ‘세금 구제’라는 말은 ‘과세는 고통이며, 세금을 없애거나 낮추는 사람은 영웅이고, 세금 인하를 방해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라는 프레임을 형성하게 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세금구제’라는 표현은 공적인 담론에서 세금 인하를 반대하던 민주당에 비해 공화당이 프레임의 우위를 가지도록 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하나의 언어, 하나의 표현이 프레임을 불러일으켜 여론을 움직였던 것이다.
교육방송 EBS ‘다큐프라임’의 ‘언어의 힘’편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실험이 있었다. 실험은 우선 아이들에게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단어들을 조합하여 5분 안에 3개의 문장을 만들도록 하였다. 이때 두 그룹으로 나누어 일명 ‘무례 그룹’에게는 ‘공격적’ ‘무례함’ ‘침입하다’ 등의 단어가 적혀 있는 파란 카드를 주었고, ‘예의 그룹’에게는 ‘공손함’ ‘양보하다’ ‘예의바름’ 등의 단어가 있는 노란 카드를 제시하였다. 문장의 완성이 끝나면 다른 장소에 있는 실험 진행자에게 가서 다음 과제를 받도록 주문했는데, 이때 미리 숨어 있던 아이가 마주 오던 아이에게 다가가 일부러 부딪치도록 하였다.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예의 그룹’은 4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화를 내지 않은 것에 비해 ‘무례 그룹’은 4명 중 3명이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노출된 언어에 따라 실험 참가자들의 행동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실험 결과를 통해 언어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언어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만들고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언어가 가진 힘을 이해하고 언어 사용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단어보다는 긍정적인 단어를 쓰려고 노력하고, 공적 담론에서 쓰이는 언어가 어떤 프레임과 연관되는지, 반대로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나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프레임을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나의 삶은 물론 타인의 삶도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언어의 힘을 이해하는 것은 원하는 방향으로 리더의 설득과 스피치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의 승리의 반은 주먹이었고, 반은 말에 있었다’
(무하마드 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