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한제당 사보(봄호)>
화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태도와 몸짓이다!
(정경호박사)
우리의 몸은 언제나 말을 하고 있다. 심지어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표현을 위해 무관심한 표정을 짓거나 창밖으로 시선을 향한다. 잠을 잘 때에는 잠자는 모습으로 현재의 상태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언제나 상대방이 나의 신체언어를 읽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몸짓과 말이 일치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든 보내는 메시지가 일관적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말의 내용과 신체언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려 할 때 상체는 상대적으로 쉽게 조절이 가능하지만 하체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마음속으로는 무시하고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는 것은 가능하지만 발은 이미 문 쪽을 향해 있거나 상대방과 조금이라도 먼 쪽으로 몸을 꼬거나 젖히게 된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마음속의 생각과 감정이 몸짓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은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에 관하여 일련의 연구를 시행했다. 그는 저서 ‘침묵의 메시지(Silent Message)’를 통해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에는 반드시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 세 가지는 말하고자 하는 내용, 목소리, 그리고 몸짓(바디랭귀지)이다.
위의 세 가지 요소는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영향력이 각기 달랐는데, 말하는 내용은 7%, 목소리는 38%, 몸짓은 55%였다.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말하는 내용(메세지)의 중요도가 가장 낮았고, 오히려 우리가 가볍게 생각해서 의사소통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제스처, 표정, 시선 등 몸짓언어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결혼식장을 떠올려보자. 흔히 주례사의 말은 잘 귀담아 듣지 않게 된다. 주례자가 아무리 훌륭한 이력을 갖추고 좋은 내용으로 말을 한다고 해도 지루하기만 할 뿐 어떤 내용인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설득스피치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내용만으로는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화법으로 무장을 하고 있다고 한들 상대방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화법보다는 태도와 몸짓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뺀질뺀질한 이미지에 현란한 언변만을 늘어놓는 사람이 믿을만한가 아니면 사람 냄새 나는 진솔한 이미지에 상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믿을만한가. 실제로 말솜씨가 화려한 사람보다는 표현은 투박해도 순수하고 진솔해 보이는 사람이 설득스피치에 있어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사람의 마음이란 누구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편 영국 뉴캐슬대 심리생리학 연구팀은 몸짓언어와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하였다. 음료수 무인판매대 앞에 '꽃 사진'과 '사람 눈 사진'을 번갈아가며 붙여놓고 판매액을 비교해본 것이다.
연구팀은 꽃보다는 사람 눈 사진을 붙였을 때 모이는 금액이 3배 많았다고 밝히며, 단순히 사람 눈 사진을 보고도 나를 보고 있다는 착각과 잠재된 무의식이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주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람에게는 다른 개체의 특정한 움직임을 관찰할 때 활성화 되는 거울 신경세포(Mirror neuron)라는 것이 있다. 모방과 언어 습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울 신경세포는 특정 행동을 직접 수행할 때 뿐 아니라, 타인이 어떤 행동을 수행하는 것을 관찰만 하더라도 똑같이 활성화된다. 즉, 특정 행동에 대한 관찰만으로도 그러한 행동을 수행하는 것과 동일하게 활성화되어 사진 혹은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유사한 영향력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탁월한 설득스피치를 위해 늘 기억하도록 하자. 나의 몸은 이미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말로써 상대방을 속일 수 있어도 몸은 절대로 속일 수 없는 것이다.
‘무위는 의심과 걱정을 키운다. 반면 행동은 자신감과 용기를 낳는다’
(데일 카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