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행복전도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던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친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유명한 연예인들의 자살이 소위 베르테르 효과를 일으켜서 많은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다반사로 일어난 일이었지만 늘 행복과 긍정을 강조하던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무리한 것은
또 다른 파급효과가 있었다. 이에 대한 기사 중에서 <긍정의 힘도 고통을 이기지는 못했다>라는
제목이 바로 그런 영향을 대변해준다.
과연 긍정적인 것만으로는 고통과 인생의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여기서 경영학에서 제시되어 유명해진 스톡데일 패러독스 (Stockdale Paradox)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임스 스톡데일(James Stockdale)은 미국의 해군 장성으로 월남전 와중에서 1965년에 월맹군의 포로가 되어
1973년까지 무려 8년 동안 하노이의 한 전쟁포로수용소에 감금되어 온갖 고초를 겪었다.
포로가 된 최고위의 미군 장성으로서 각가지 방법으로 얻어맞기도 하고 고문과 악행을 당하며 옴짝 달짝할 수
없는 공간에 갇혀서 지내면서 지옥과 같은 세월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석방되어서 나중에
많은 국민들의 존경 속에서 1992년 미국 부통령 후보로까지 나설 수 있었던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이 현실이 끝날 것이라는 것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나는 결국은 나가게 될 것이고,
이랬던 것이 내 인생에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었다.”라고 굳은 신념을 밝혔다.
그렇다면 처참하고도 암담한 상황 속에서 결국 빠져나오지 못했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질문에
스톡데일 장군은 “그런 사람들은 단순한 낙관주의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이번 크리스마스가 오면
풀려나겠지 라고 생각했다가 막상 크리스마스에도 포로 석방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 큰 실망을 했고,
그러면 다음 부활절 때는 풀려나겠지 했다가 또 안되고, 그러면 다음 추수감사절까지는 되겠지 하다가 또 안되고, 그
럼 다음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되겠지 하다가 안되면서 엄청난 실망을 했습니다. 이런 것이 반복되면서
그들은 결국은 비통함 속에서 삶을 마무리했습니다.” 라면서 낙관주의자들은 별 근거없이 스스로와 주위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기대하다가 실망하다가 결국 심하게 상심했다고 했다. 살아남았던 사람들은
단순한 낙관주의가가 아닌 지독한 현실주의자들이었고 이들은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짐으로써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여기서는 낙관적인 사람이 살아남지 못했다는 뜻에서 모순이라는 뜻의 패러독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사실은 이것은 패러독스가 아니다. 진짜 낙관주의자의 실상에 대한 오해가 빚어진 단어이다.
진짜 낙관, 긍정이라는 것은 좋은 일만 일어날 것이라고 낭만적으로 기대하는 것만 아니다.
결국은 이 모든 역경을 넘어서 성공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과 눈앞에 닥친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
이 두 가지를 결코 혼동하지 않는것이 포함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아
『죽음의 포로수용소에서』라는 유명한 저서를 남긴 빅터 프랭클의 주장처럼 인간 존재의 깊은 의미에 대한
통찰이 있는 가운데에서 그런 존재와 가치에 대한 긍정과 낙관이 있는 것이 진짜 긍정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그 삶을 재난적인 것으로 몰고 가지 않고 삶의 가장 깊은 골수를 파고 들어가서 그 존재이유를
발견하는 사람이 진정한 낙관주의자, 긍정주의자이다.
단순히 좋게 생각하고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하면 된다라는 것은 긍정이라기에는 너무도
표면적인 것만을 지칭한다. 진정한 긍정주의자는 이런 좋은 생각을 하는 것에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러던 중에 역경이 닥쳤다면 그 어려움을 견디어 나가면서 그 속에서 삶의 깊은 통찰까지
이루어져야 진정한 낙관주의자요, 긍정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27년의 감옥 생활 속에서 결국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서 수많은 세월 동안 끊이지 않고 내려왔던 흑백간의
갈등을 치유하는데 성공한 넬슨 만델라, 소아마비와 세 차례나 반복되는 암의 통증과 재발의 두려움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그려낸 장영희 교수, 눈도 귀도 보이지 않는 와중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
헬렌 켈러 여사 등 유명한 사람들의 목록은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 유명하지는 않아도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역경 속에서 단순한 낙관과 긍정에 그치지 않고 더 성숙해가면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있는 수많은
영웅들이 있다.
아무리 고통이 심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이 돌아가지 않아도 삶은 자살로 끝내버릴 만큼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진짜 긍정주의자, 진짜 낙관주의자로 살아야 하겠다.